연봉이 올랐다. 통장 잔고도 작년보다 늘었다. 그런데 체감은 왜 이런가. 살 수 있는 건 줄고, 집값은 더 멀어졌고, 뭔가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결승선은 오히려 뒤로 밀리는 느낌. 『내가 돈을 벌고 있다는 착각』은 바로 그 불편한 감각의 정체를 파헤치는 책이다. commonD(꼬몽디) 저자가 스틸당 출판사를 통해 내놓은 이 책은, 제목부터가 한 대 맞은 기분이다.
돈을 벌고 있다는 착각의 구조
명목 소득이 올라도 화폐 가치가 그보다 빠르게 떨어지면, 실질적으로는 벌고 있는 게 아니라 잃고 있는 거다. 이게 이 책의 핵심 전제다.
맥락을 좀 깔아야 이 이야기가 제대로 들린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통화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광의통화(M2) 증가율이 2020~2021년에 11~12% 수준까지 치솟았다. 시장에 돈이 넘쳐나니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가격이 동반 상승했고, 겉으로 보면 “다들 돈 번 시대”처럼 보였다.
근데 저자는 여기서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정말 내가 돈을 번 것일까, 아니면 화폐 가치가 떨어진 것일까?” 자산 가격이 올랐더라도 통화량 증가 속도보다 내 자산의 상승 속도가 느리면, 실질적으로는 뒷걸음치고 있는 거라는 거다. 이 관점이 뒤통수를 치는 부분이다.
화폐의 역사가 알려주는 것
돈이 왜 계속 가치를 잃는지를 이해하려면, 화폐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그 흐름을 꽤 쉽게 풀어준다.
처음엔 금과 은이 화폐였다. 무겁고 불편하니까 금교환증이 나왔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금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적다는 걸 알고, 보유한 금보다 더 많은 교환증을 찍어내기 시작한 거다. 결국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이를 수습하려고 정부가 보증하는 신용화폐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 신용화폐도 정부가 필요하면 더 찍어냈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금 1온스당 35달러로 가치를 고정시켰다. 이른바 금태환제. 하지만 미국이 보유한 금보다 더 많은 달러를 발행했고, 결국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태환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때부터 달러는 금이라는 닻에서 풀려났고, 사실상 정부 신용만으로 유지되는 화폐가 됐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원화도 결국 같은 구조라는 거다. 돈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고,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가만히 앉아서 가난해진다.
투자는 돈 불리기가 아니라 가치 저장이다
모든 자산은 가치를 담아두는 그릇이고, 투자란 결국 어떤 그릇에 내 가치를 저장할지 정하는 행위라는 게 이 책의 핵심 프레임이다.
이 비유가 꽤 직관적이다. 달러, 엔화, 원화 같은 통화가 큰 그릇이고, 그 안에 주식, 채권, 부동산 같은 작은 그릇이 있다. 저축이 맞았던 시대가 있었다. 금리가 높고, 화폐 가치가 안정적이던 시절이다. 근데 지금은 다르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이자보다 화폐 가치 하락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옛날엔 저축이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아 근데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사실 “투자가 가치저장이다”라는 프레임이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비트코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쓰이던 관점이고,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없지도 않다. 다만 이 책의 차별점은 그 개념을 화폐의 역사부터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까지 하나의 일관된 흐름으로 연결한다는 데 있다. 각각을 따로 다루는 책은 많은데, 전체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꿰는 시도는 드물다.
노동소득에 대한 냉정한 이야기
이 책이 투자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노동소득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해서도 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돈과 물질은 목적지가 아니라 교환 수단”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치관이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방향이 없다는 이야기. 그리고 자기 몸을 투자금으로 삼아 노동의 가치를 올리라고 한다. 투자의 시작점은 종잣돈이 아니라, 사실 나 자신이라는 관점이다.
3년 전에 이직을 준비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적금 이자를 0.1%라도 더 주는 곳을 찾는 데 들인 시간보다, 그 시간에 자격증 하나를 따서 연봉을 올린 게 결과적으로 훨씬 큰 차이를 만들었다. 숫자로 따지면 적금 이자 차이는 연간 몇만 원이었지만, 연봉 상승분은 수백만 원이었다. 노동소득을 무시하고 투자 수익률만 쫓는 건 순서가 뒤바뀐 거라는 걸 그때 체감했다.
이 책이 다 맞는 건 아닐 수도 있다
화폐 가치 하락이라는 큰 틀은 설득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 책의 모든 결론을 그대로 따르는 건 다른 문제다.
한 가지 짚어두고 싶은 게 있다. 인터넷에서 투자 관련 콘텐츠를 보면, “화폐 가치는 무조건 떨어진다 → 그러니까 자산을 사라”는 논리가 때로 지나치게 단순화되는 경우가 있다.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M2 증가율은 2022년 이후 빠르게 둔화됐고 최근에는 4~5%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통화량이 “무한정 늘어난다”는 식의 공포는 실제 데이터와 다소 거리가 있다. 투자의 방향성을 잡는 데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구체적인 투자 판단은 개인의 상황과 시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이 책 혼자 해결해주지 못한다.
다만 그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내가 돈을 벌고 있다는 착각』의 가치는 분명하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방향이 틀리면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이 하는 건 방향을 점검하게 해주는 일이다. 당신이 지금 열심히 달리고 있다면, 한 번쯤 멈춰서 방향을 확인해볼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이 그 멈춤의 계기가 될 수 있다.
| 항목 | 정보 |
|---|---|
| 도서명 | 내가 돈을 벌고 있다는 착각 |
| 저자 | commonD(꼬몽디) |
| 출판사 | 스틸당(STEALDANG) |
| 출간일 | 2026년 2월 27일 |
| 분류 | 경제 / 투자 |
| 주요 키워드 | 가치저장수단, 인플레이션, 화폐 시스템 |
자주 묻는 질문(FAQ) ❓
경제 초보자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인가요?
오히려 초보자를 위해 쓰인 책에 가깝다. 문장이 짧고 줄바꿈이 잦아서 가독성이 압도적으로 좋다. 챕터마다 ‘핵심 지혜’라는 요약이 달려 있어서, 읽다가 갈피를 잃을 일이 거의 없다. 경제 용어가 어렵게 느껴진 적 있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게 부담이 덜할 거다.
이 책은 비트코인 투자를 권하는 책인가요?
비트코인을 다루긴 하지만, 특정 자산에 올인하라는 책은 아니다.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모두를 ‘가치 저장 그릇’이라는 동일한 프레임으로 분석한다. 어떤 그릇이 자기 상황에 맞는지 판단하는 건 결국 독자의 몫이고, 이 책은 그 판단의 기준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 commonD(꼬몽디)는 어떤 사람인가요?
네이버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서 칼럼으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2023년부터 해당 카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해 단기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부동산 투자로 수십억 원 이상의 자산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 저서로 『당신은 설명서도 읽지 않고 인생을 살고 있다』가 있다.
가치저장수단이라는 개념이 정확히 뭔가요?
현재의 구매력을 미래로 옮겨두는 도구를 말한다. KDI 경제교육 자료에서도 화폐의 기본 기능 중 하나로 ‘가치 저장의 수단’을 꼽는다. 이 책은 화폐 자체가 가치 저장 기능을 제대로 못 하게 된 시대에, 대신 그 역할을 해줄 자산을 고르는 게 투자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본 글은 『내가 돈을 벌고 있다는 착각』을 읽고 작성한 개인적인 감상과 정보 정리글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거나 재무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에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따르며, 구체적인 투자 결정은 반드시 공인 재무 전문가와 상담 후 본인의 판단 하에 내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