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성인 독서율 38.5%라는 숫자를 보고 잠깐 멍했다. 열 명 중 여섯 명이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나라에서 “책 읽고 부자 됐다”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책에서배운부의공식. 김남일 저자는 20년차 부동산 마케터인데, 이 사람이 풀어놓는 이야기의 핵심은 의외로 부동산이 아니라 독서 그 자체에 있다. 근데 이 책, 그냥 “책 읽으세요~” 류의 동기부여물이 아니다. 그래서 좀 다르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책 읽으면 부자 된다”는 말의 뒷면
독서와 부의 상관관계, 겉으로 보면 그럴듯한데 실제로 작동하는 구간은 꽤 좁다. 이 책이 가치 있는 건, 그 좁은 구간을 정확히 짚어주기 때문이다.
흔히 부자들의 독서 습관을 언급하는 콘텐츠가 많다. “워런 버핏은 하루 5시간 읽는다”, “빌 게이츠는 연간 50권을 읽는다”는 식의. 이런 얘기를 들으면 왠지 나도 책만 많이 읽으면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냉정하게 말하면 그건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다. 부자이기 때문에 시간이 있어서 책을 읽는 건지, 책을 읽어서 부자가 된 건지는 구분해야 한다.
김남일 저자가 이 지점에서 좀 솔직하다. 책을 읽기만 하면 돈이 들어온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가 강조하는 건 “독서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과정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대부분의 사람이 책을 읽고 “아 좋은 내용이다” 하고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3일 지나면 기억도 안 난다. 이건 요리 레시피를 아무리 많이 읽어도 칼을 안 잡으면 요리 실력이 늘지 않는 것과 똑같다.
부동산 마케터가 작가가 되기까지, 그 사이에 뭐가 있었나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저자의 커리어 전환 과정이다. 부동산 마케터라는 직업 자체가 꽤 빡세다. 현장 답사, 시장 조사, 고객 상담이 반복되는 일인데, 여기에 독서를 끼워 넣으면서 일어난 변화가 흥미롭다.
저자는 부동산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투자 안목을 키운 건 물론이고, 그걸 바탕으로 블로그를 쓰고, 독서 모임을 만들고, 강연까지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기존 업무 + 독서 = 새로운 영역”이라는 공식이다. 아 근데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요즘 N잡이라고 하면 대부분 부업을 떠올리잖나. 배달이나 스마트스토어 같은. 저자가 말하는 N잡은 그런 게 아니다. 자기 본업에서 쌓은 전문성을 독서로 확장해서, 아예 다른 형태의 수익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이 접근이 맞다고 본다.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이미 10년 넘게 해온 일 위에 독서라는 레이어를 얹는 게 성공 확률이 훨씬 높다. 경험이 없는 분야의 책을 아무리 읽어봐야 현장 감각이 없으면 적용할 수가 없으니까.
실제로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부동산 투자 분석—비교 사례법, 수익환원법, 평당가격 서열화 같은 것들—은 현장에서 수년간 부딪힌 사람이 아니면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없는 내용이다. 서울시 아파트 적정 공급량을 인구수에 0.7%를 곱해서 약 65,700세대로 추산하는 부분 같은 건, 교과서에서는 안 나오는 실무적 판단 기준이다.
독서 습관을 만든다는 것의 진짜 난이도
저자가 제시하는 독서 습관 만들기 10가지 방법이 있다. 쉬운 책부터 시작하기, 돈 주고 직접 사기, 항상 책 들고 다니기, 독서 장소 만들기 등인데. 솔직히 이 목록 자체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이 책이 다른 독서법 책과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저자가 “하루 10분 독서법”이나 “한 권에서 세 가지 실행 전략 뽑기” 같은 걸 말할 때, 그게 단순히 습관 형성 팁으로 끝나지 않고 재테크 실행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그러면 아무 책이나 읽어도 되나?” 싶을 수 있는데, 저자의 대답은 명확하다. 아니다. 자기 상황과 목적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고.
영국 서섹스대학교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6분간의 독서만으로도 스트레스가 68% 감소한다고 한다. 직장생활 스트레스 때문에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이 부분은 진입 동기로는 충분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만 읽다 보면, 읽는 행위 자체에 머물게 된다. 3개월쯤 지나면 슬슬 “근데 나 이거 읽어서 뭐가 달라진 거지?”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그 시점이 갈림길이다.
이 책이 빠뜨린 것, 그리고 당신이 채워야 할 것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라고 답하겠다. 하지만 한 권이 다음 한 권을 부르고, 그 축적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긴다.
이건 확답을 못 드리겠는 부분인데, 저자의 성공 케이스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지는 좀 의문이다. 부동산 마케터라는 직업 특성상 독서에서 얻은 지식이 바로 현업에 적용 가능한 환경이었다. 예를 들어 IT 개발자가 이 책을 읽고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저자 본인도 “모두를 위한 만능 투자법은 없다”고 말하고 있고, 투자자의 개별성이 투자 물건의 개별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이 원칙은 독서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 권하고 싶은 건, 저자의 구체적 투자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려 하지 말고, “자기 업(業)과 독서를 어떻게 엮었는가”라는 구조를 가져가는 거다. 재테크의 첫걸음이 “나를 알아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사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책을 통해 자기 욕망의 방향을 파악하고, 현재 자기 위치에서 가능한 실행 계획을 세우는 것. 묘하게 찜찜한 건, 이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는 점을 책이 충분히 강조하지 않는다는 거다.
읽고 나서 실제로 해볼 만한 것들
두 달 전쯤 이 책을 읽고 나서 실제로 시도해본 것들이 있다. 가장 효과를 본 건 “한 권에서 실행 항목 3개 뽑기”였다. 예전에는 그냥 줄 긋고 넘어갔는데, 읽으면서 “이건 내 상황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겠다” 싶은 걸 뽑아 메모장에 옮기는 거다. 한 달에 4권을 읽으면 실행 항목이 12개가 쌓이는데, 그중 실제로 해본 건 5개 정도였다. 나머지 7개는 현실적으로 안 맞거나 타이밍이 아니었다.
근데 그 5개만으로도 꽤 의미가 있었다. 특히 독서 기록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 건 예상 밖의 효과가 있었는데, 글을 쓰려면 읽은 내용을 다시 정리해야 하니까 기억에 남는 정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이게 뭐 대단한 발견은 아니지만, 해보기 전과 후의 체감 차이는 크다.
- 독서 후 1분 기록: 읽자마자 핵심 문장 1개,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 1개를 메모하는 습관. 저자가 제안하는 가장 낮은 진입 장벽의 방법이다.
- 병렬 독서: 2~3권을 동시에 읽으면서 주제 간 연결고리를 찾는 방식. 다만 이건 독서 습관이 어느 정도 잡힌 다음에 시도해야 오히려 산만해지지 않는다.
- 독서 모임 참여: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해석을 듣는 것. 저자가 독서 모임 운영자로까지 확장한 출발점이 여기다.
자주 묻는 질문(FAQ) ❓
책에서배운부의공식은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은가요?
직장생활에 지쳐서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에게 특히 맞다. 재테크를 시작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 혹은 독서를 하긴 하는데 그게 삶에 어떤 변화도 만들지 못한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주식 종목이나 투자 수익률 같은 걸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 관련 내용이 많은 편인가요?
중반부에 아파트 투자, 오피스텔 투자 분석이 꽤 구체적으로 나온다. 비교 사례법이나 수익환원법 같은 부동산 가치 판단 기준도 설명하고, 서울시 공급량 분석도 들어간다. 부동산에 관심 없으면 이 부분은 가볍게 넘겨도 되는데, 오히려 “전문 지식과 독서가 결합되면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사례로 읽으면 유용하다.
독서 습관이 전혀 없는 사람도 따라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독서 초보자에게 더 친절한 책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하루 10분 독서법이나 재미있는 책부터 시작하기 같은 건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 처음에는 무리하지 말고 읽기 쉬운 책, 자기 관심사와 직접 연결되는 책부터 잡는 게 핵심이고, 저자 본인도 그렇게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책을 읽으면 정말 스트레스가 줄어드나요?
영국 서섹스대학교 연구에서 6분 독서 시 스트레스가 68%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산책(42%)이나 음악 감상(61%)보다 수치가 높았다. 다만 이건 단기적 스트레스 완화 효과이고, 직장에서 오는 구조적 스트레스를 독서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저자도 독서가 궁극적으로는 상황을 바꾸는 행동의 트리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덮고 나서 남는 한 가지
책에서배운부의공식을 다 읽고 나면 “독서 = 자기 계발”이라는 흔한 등식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 책이 진짜로 말하는 건, 독서는 자기 계발이 아니라 자기 발견에 가깝다는 거다. 뭘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뭘 원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읽을 책도 정해지고 실행도 가능해진다. 재테크의 기본이 “나를 아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결국 독서의 기본이기도 하다. 당신이 지금 직장에서 매일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 책 한 권을 집어 들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는 게 좋겠다. 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싶은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