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구독 사회 책 소개 – 영양제와 약 사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식탁 위에 놓인 비타민C, 오메가3, 유산균, 마그네슘. 어느 순간부터 아침마다 이걸 챙기는 게 당연한 루틴이 됐다. 근데 한 번이라도 이런 생각 해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이 중에 뭐가 진짜 내 몸에 뭔가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먹고 있다는 안심’을 사고 있는 건지. 정재훈 약사의 『건강 구독 사회』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이 책이 던지는 핵심 질문

약은 위험하다고 경계하면서, 영양제는 왜 무턱대고 믿는 걸까. 『건강 구독 사회』는 그 심리적 틈새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저자 정재훈은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약사이자 푸드라이터다. 한국, 미국, 캐나다 세 나라에서 약사로 일한 이력이 있고, 이전에도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같은 책으로 음식과 건강 사이의 과장된 정보에 꾸준히 의문을 제기해 온 사람이다. 이번 책에서는 범위를 넓혀서 오메가3, 유산균, 비타민은 물론이고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 성장호르몬 주사, 연속혈당측정기까지 다룬다.

사실 이런 류의 건강 서적이 워낙 많다 보니, 처음엔 “또 영양제 먹지 마라는 이야기겠거니” 싶을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그런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다. 저자 자신도 집에 영양제가 꽤 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문제를 지적하되 대안까지 함께 내놓는 구조라서, 읽고 나면 생각의 프레임 자체가 좀 달라진다.

약과 영양제 사이, 회색지대의 비밀

약과 식품의 경계는 자연이 그은 선이 아니라 제도가 만든 선이라는 게 이 책의 출발점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같은 성분이라도 약으로 허가받으면 엄격한 임상시험과 부작용 표기 의무가 따라오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나오면 그 문턱이 확 낮아지기 때문이다. 의약품 라벨에는 “심근경색, 급사 위험” 같은 무서운 경고가 빽빽하게 적혀 있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에는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정도의 모호한 표현만 들어간다.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후자가 안전해 보인다.

여기에 ‘천연’, ‘오가닉’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심리적 저항은 거의 사라진다. 책에서 인상적인 문장이 하나 있다. “자연은 선도 악도 아니다. 자연은 그저 자연일 뿐이다.” 실험실에서 합성한 비타민C와 오렌지에서 추출한 비타민C의 화학 구조는 동일한데, 우리는 후자에 기꺼이 더 많은 돈을 낸다. 비소와 수은도 100% 자연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말이다.

불안을 구독하는 시대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6조 원에 육박하는 이유는, 우리가 건강이 아니라 불안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약 5조 9,626억 원에 달했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아 근데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재밌는 건 이 시장이 더 이상 크게 성장하지 않고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영양제 종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뭔가 모순적이지 않은가.

저자는 이걸 ‘불안의 외주화’라고 표현한다. 피로의 원인이 수면 부족인지, 운동 부족인지, 스트레스인지 따져보는 대신에 영양제를 구독하면서 “나는 뭔가 하고 있다”는 위안을 얻는 구조. 넷플릭스를 결제해놓고 안 보는 것처럼, 건강을 구독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비유가 꽤 아프게 와닿았다.

당신도 혹시 아침에 영양제를 꺼내 먹으면서 “오늘도 건강 챙겼다”는 기분을 느낀 적 있지 않은가. 나도 그랬다. 작년에 한 3개월 정도 비타민D와 마그네슘을 꾸준히 먹으면서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확신했는데, 돌이켜보면 같은 시기에 수면 시간도 1시간 늘렸고 카페인도 줄였다. 뭐가 진짜 원인인지, 확답을 못 드리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불확실함을 인정하는 게 오히려 정직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커피는 발암물질이다?

“진실은 복잡하고 공포는 단순하다.” 이 한 문장이 이 책의 태도를 압축한다.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건 커피 이야기다. 2018년 미국 LA 카운티 법원에서 커피에 암 경고문을 붙이라는 판결이 나온 적이 있다. 원두를 볶을 때 생기는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물질 때문인데, 이 물질은 감자 같은 곡물을 고온 가열해도 생긴다. 그럼 감자도 발암물질인가? 핵심은 성분이 아니라 용량이다. 커피에 들어 있는 양은 암 위험 수준과 거리가 먼데, 공포는 단순하니까 “발암물질”이라는 단어 하나가 모든 맥락을 집어삼켜 버린다.

인터넷에서 건강 정보를 찾다 보면, 이런 식으로 맥락이 잘려나간 자극적 정보가 넘쳐난다. “이 음식은 독이다” “이 성분은 무조건 좋다” — 사실 세상에 그렇게 단순한 건 없는데 말이다. 오히려 커피 속 카페인과 폴리페놀은 당뇨병이나 간질환에 유익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결국 용량과 맥락을 빼놓고 성분만 이야기하는 건, 과학이 아니라 마케팅이라는 지적이다.

치료에서 튜닝으로 — 약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영양제를 넘어, 이제는 약 자체를 몸의 업그레이드 도구로 쓰는 시대가 열렸다는 게 이 책이 짚는 더 큰 흐름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가 ‘하이엔드 다이어트 도구’처럼 소비되고, ADHD 치료제는 ‘집중력 부스터’로, 당뇨약은 ‘노화 방지제’로 쓰인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사람들은 마이너스를 채워서 제로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로를 플러스로 만들기 위해 영양제를 먹는다.” 치료와 향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성장호르몬 주사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본래 특발성 저신장 환자를 위한 치료제인데, 시장 규모가 4,445억 원까지 커졌다고 한다. 실제 효과는 1~2cm 남짓인데, 뇌압 상승이나 척추측만증 같은 부작용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맞는 거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좀 무거워졌다. 내 아이의 키를 1cm 더 높이기 위해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느냐는 건, 결국 각자의 판단이지만 최소한 그 리스크는 알고 결정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

저자의 결론은 의외로 소박하다. 공포 마케팅에 속지 말고,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그리고 스마트폰 대신 앞사람과 눈을 맞추며 먹으라는 것.

『건강 구독 사회』는 영양제를 전부 버리라는 책이 아니다. “적당히 먹는다면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다”는 게 저자의 기본 태도고, 여기서 ‘<적당히>‘는 대개 과식이 아니라 소식이라는 뼈 있는 말도 덧붙인다. 결핍이 아닌 과잉의 시대에 정작 우리에게 부족한 건 정보가 아니라 판단력이라는 이야기.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가 그렸던 인간 업그레이드의 미래가 이미 우리 식탁 위에 와 있다는 걸, 이 책은 약사의 냉정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건강 구독 사회라는 제목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아마 그만큼 와닿는 거다. 오늘 아침에 삼킨 영양제가 정말 내 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것인지 — 그 질문 하나만 품고 읽어도 충분히 값어치 있는 책이다.

항목 정보
도서명 건강 구독 사회
저자 정재훈
출판사 에피케
출간일 2026년 3월
가격 20,000원
분류 생활과학 / 건강

자주 묻는 질문(FAQ) ❓

『건강 구독 사회』는 영양제를 먹지 말라는 책인가요?

아니다, 전혀 그런 책이 아니다. 저자 본인도 영양제를 먹는 사람이고, 책 곳곳에서 특정 영양소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다만 “왜 먹는지” “정말 필요한지”를 한 번 점검해보자는 취지에 가깝다. 맹목적 거부도, 맹목적 신뢰도 아닌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의학 지식이 없어도 읽을 수 있나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약리학이나 생화학 개념이 나오긴 하는데, 저자가 푸드라이터답게 비유와 사례를 잘 쓰는 편이라 전문 용어에 막히는 느낌은 적다. 커피, 마늘, 초콜릿 같은 일상 소재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다.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핵심 차이가 뭔가요?

가장 큰 차이는 허가 목적과 검증 수준이다. 의약품은 질병 치료 목적으로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고, 건강기능식품은 건강 유지·증진 목적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같은 성분이라도 함량과 목적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식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책이 잘 풀어놓고 있다.

정재훈 약사의 다른 저서가 있나요?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등이 있다. 서울대 약학대학 출신으로 한국·미국·캐나다 3개국 약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방송과 다수 매체에 기고하며 음식과 약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전하고 있는 푸드라이터이기도 하다.

본 글은 『건강 구독 사회』를 읽고 작성한 개인적인 감상과 정보 정리글이며, 특정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의 효능을 단정하거나 의료적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과 관련된 구체적인 결정은 반드시 의사, 약사 등 전문가와 상담 후 내리시기 바랍니다. 도서 내용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원서를 직접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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